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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2부. 나의 12전13기 대학입시 도전기

이뽄 2013. 5. 30. 10:56

 

 

 

천만관객 흥행작 ‘도둑들’에서 전지현과 달콤 쌉쌀한 사랑을 나눴던 김수현이 생애 두 번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개봉했습니다. 영화 속 김수현은 북한의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의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 역으로 분해서 바보로 위장한 채 서울 달동네에서 생활합니다. 그의 어눌한 바보 연기와 입에 쫙쫙 달라붙는 사투리 연기는 출세작인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 송삼동 역 이상으로 잘 어울립니다.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자기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하는 능력, 그게 바로 배우 김수현의 매력 아닐까요?

전편에 이어 김수현 스타칼럼 2부에서는 7전8기 대학 입시 도전기와 청춘 스타로 발돋움하기까지의 우여곡절 에피소드들이 그만의 맛깔지고 재치 넘치는 이야기 솜씨로 펼쳐집니다. 그럼 재미 있게 읽어주시고 김수현은 이만 네이버 독자 여러분께 아쉬운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 시트콤 첫 촬영, ‘장난 아닌데’ 대사 하나로 NG 수 십번

제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머리띠로 질끈 동여매고 오디션을 받은 덕분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ㅎㅎ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이었는데요. 연대 연극공연과 방송 출연을 어떻게든 병행해보기로 양해를 구해서 헤어와 메이크업 다 하고 촬영을 하게 됐어요. 제가 막내였는데 1회는 아예 안 나왔고, 2회부터 등장했는데 대사가 딱 한 마디 있었어요.

옆에서 형들이 수영 시합을 하는 거에요. 그걸 보다가, ‘장난으로 하는 거라더니, 장난 아닌데?’ 이 대사 한 마디를 던지는 장면인데, 연극동아리에서 오랫동안 훈련 받은 게 있잖아요. 그냥 하면 되는데 연극 톤의 복식호흡 발성으로  ‘장~난으로 하~는 거라더니~ 장~난 아~닌데’ 이래버리니까 시트콤 감독님이 들으시기에 인간의 말이 아니었던 거죠. ‘쟤 뭐하는 거냐’ 고래고래 고함치시고. ㅋ 그럼 제가 다시 ‘장~난 아~닌데?’ 하면. 그러면 감독님이 ‘컷. 이리 와봐’ 이런 정도가 아니라 촬영장이 다 떠나갈 정도로 “야!” 불호령을 내리셨어요. 
 


그래도 또 “장~난 아~닌데…”하면 “야!!!!” 그러시고, 저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했는데 사실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첫 회는 그렇게 나갔어요. 그리고 나서 촬영이  끝나면 연세대로 가서 연극 연습을 하고 자는거죠. 그런데 촬영이 늘 일찍 제 시간에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촬영 갔다가 동아리 선배들에게 ‘되게 늦게 끝나서 오늘은 연습 못갈 거 같아요’하면 형들은 사정을 모르고 ‘잘됐네? 분량 늘어났나 보다’ 좋아하는 거에요. 사실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어져서. 촬영이 안 끝나요’ 설명해도 ‘잘 됐네’하고. 제가 또 ‘아니, 제 촬영 말고요’하면서 속만 태우는 거죠. ㅎㅎ 그렇게 마냥 촬영장에서 대기하는 중에는 연극 대본 보다가 가서 시트콤을 찍으니 대사를 까먹어서 혼나고 그랬어요.

# 연극 공연을 포기하던 날, 눈물만 주루룩 주루룩

 그러다 시트콤이 월-금 방송인데 16회부터는 점점 연극 연습에 갈 시간이 없더라고요. 진짜 분량이 늘어서 그랬으니 잘 된 일이긴한데..ㅠ..ㅠ 15-16회부터 갑자기 저를 잘 봐주셨나 봐요. 작가분들이 여섯 명인가 그렇게 계셨는데, 그 중 한 분이 쟤 이떻게 하면 재미있겠네 해서 제 신들을 넣어 주셨어요. 
 


16회부터 하나하나 늘어가다 보니까, 아예 연극을 하러 못 가는 날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공연이 슬슬 가까워오는데 이렇게 제 욕심만 차리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촬영 없는 날 가서 “죄송합니다, 제가 도저히 일단 민폐를 끼치는 것 같고..” 말하는데 눈물이 막 났어요. 아마 몇 분은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작은 역이긴 해도 자리가 비면 안 되니까요.  

‘제가 캐스트에서 빠지고 스태프로 참여하겠다. 죄송하다. 힘들게 허락을 받아주셨는데..’ 형님들은 ‘아유, 잘 됐는데 뭐. 분량이 늘어난 거 아니야, 잘 됐네’ 이렇게 오히려 축하를 해주니까 계속 눈물이 났어요. 

그렇게 제 연극 배역이 없어졌고, 시트콤 하나만이라도 잘 해보자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열심히 촬영했고 62, 63회는 아예 제 에피소드로 꾸며졌어요. 너무 좋았죠. 그렇게 겨울이 오더니 드디어 공연 날, 형님들이 꼭 오라고 해서 갔는데 연극을 잘 못보겠더라고요. 몇 개월 전 열심히 같이 연습하던 일들이 떠올라 아쉽고, 배역이 하나만 보였어요. 바로 제가 맡았던 그 배역. 워낙 몸에 익었던 탓에 연극은 안보이고 그냥 공연 내내 여기서 움직여야지, 말해야지, 하면서 입모양을 따라하고 뭐 그렇더라고요.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시트콤도 121회로 마무리 되고, 그렇게 데뷔해서 지금까지 쭉 연기자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 


# 연세대 학생회관 기생 생활에서 일산 집으로

시트콤 중반부 쯤 MBC 드림센터가 완성돼서 촬영을 일산에서 하니까 자연스럽게 제 10대 후반부의 생활터전이었던 연대 학생회관을 떠나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 시절을 지금 생각하면 참 신나고 뭔가 열정에 가득 찼던 것 같아요. 제가 동아리방에서 혼자 자는 게 안돼 보였는지 형들 세 명이 가끔씩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갈란다’ 같이 있어주고 하니까 얼마나 재미있어요.  
 


아! 연극 동아리 형들도 주머니 사정이 늘 넉넉지 않아서 제작비 모자라는 건 물론이고 회식 같은 건 거의 못했어요. 어느 날 한 형님이 ‘제작비도 부족하니 단체 알바를 하자. 한 번만 하면 되는 거다. 수현아 너는 하나만 명심해. 졸지만 않으면 되는거야’ 하는 거예요. 혼자서 도대체 뭐지? 뭐지? 고민했는데 ㅋㅋ 방청 알바였어요. ‘백분토론’ 객석에 앉아 있는 거에요. 

그런데 진짜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졸린 거 참고, 옆에서 쳐주면, 일어나고, 백분이 진짜 길었어요. 동아리 형들이랑 모두 함께 갔는데 그 날 제가 카메라에 몇 번 잡혔던 것 같아요. 자꾸 앞에 있는 사람이 질문해서 카메라가 제 쪽으로 자주 오는 거예요.  졸다가 들키면 돈 못 받는 거 아닌가 해서 저는 화들짝 놀라 정신 차리고. 그런데 그 분이 또 질문하면 ‘아이고 또 말해?’하면서 저는 뒤에서 열심히 무대 보는 척하고. 그 때 단체로 120만원 정도 벌었어요. 끝나고 나선 ‘괜찮은데?’ 기지개를 펴면서 큰 거 했다고 자축했죠 ^^.
 


# 12군데 수시 전형 지원, 딱 하나 붙었죠 “감사합니다” 

제가 대학교는 늦게 들어갔어요. 입시를 안 하고, 연기 쪽으로만 가다가 2008년 에 입시 준비를 시작해 수시를 봤어요. 수능 준비할 여력은 도저히 안됐지만 대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죠. 그래서 집에 있는 돈을 털어 모아서, 수시로 12개 대학에 지원했어요. 서류전형하고 실기 시험 보는 것만 필요한 학교들에요. 전형료가 비쌌어요. 12개 학교를 지원하니 150만원 나오더라고요. 어후, 

그렇게 시험을 보기 시작했는데 12개 학교가 다 떨어졌어요. 그 때 넣은 학교들이 OO대, SS대, KK대, JJ대까지 이 학교들이 집에서 가까워서 꼭 붙고 싶다 생각했는데 가까이 있는 곳은 다 떨어지더라고요. YY대, QQ대, WW대 보는데 다 보는데 자신 있던 TT대까지 다 떨어졌죠. 나는 지금까지 도대체 뭘한거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제일 처음이 중앙대였는데 떨어지고, 떨어지고 하다 다시 제일 마지막이 중앙대였어요. 2차 수시가 있어 다시 넣었거든요. 
 


실기시험장에 가서 안녕하십니까, 시작하겠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연기를 하기 전에 살짝 눈치를 보는데, 1차 때 앉아계셨던 교수님들인데 저를 전혀 기억을 못하시더라고요. 또 안되겠구나 했는데 두 번 째 도전에서 중앙대에요. ‘감사합니다!!!’ 하고 학교에 갔어요. 

# 형 소리 듣는 건 어색한데, 형들 따른 건 좋아해요

제 성격이 선배를 더 좋아해요. 친구들보다. 막내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기 보다 막내 생기면 되게 어색해요. 학교 갔을 때 ‘형, 오빠’ 이러면 ‘어’ 이래요. 그게 왜냐면 그런 부담이 있어요. 제가 만난 형들이나 선배들은 동경하고 존경하는 마음과 그렇게 되고 싶다 하는 게 있었고, 어떤 물음표를 던지면, 그거에 대해 해답을 주고, 깊은 해답이 나오고 그랬는데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되게 부담스러워요. 그렇게 해보고 싶긴 한데 어렵게 느껴져서요.

요즘은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6월 중순에 기말시험 보는데 그 준비에 한창이에요. 연극학과니까, 발표 위주로 시험을 준비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팀을 짜서 장면 발표를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일정에 쫓기는 저는 연기 보다 연출을 맡게 됐어요. 특히 이번에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홍보 일정이랑 겹쳐서 시간 내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시험준비를 하는 동안 내가 봐온 장면들을 내가 다시 한 번 만드는 게 공부도 되고,  그렇게 만드는 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연기도 좋지만요. 어쨌건 지금은 학교에서 시험 준비가 한창이에요. 

# 얻어먹기는 이제 그만, 내가 쏜다

2009년도 1학년 때는 굉장히 많이 얻어먹고 그랬거든요. 동기나 선배나 심지어는 후배들한테 학교 수업 끝나고 비는 시간에는 대학로에서 스윽 붙어가지고 ‘밥 먹자’ 이렇게 가서, 음식 나오면 ‘잘 먹겠습니다’, 다 먹으면 ‘잘 먹었습니다’하면서 인사만 잘하고요. ㅎㅎ

 그리고 학교에서 다들 ‘밥 먹으러 가자’ 했을 때 ‘밥 먹었어’ 이러면 저 굶어요. 3300원이면 밥 한 끼가 나오는 식당이 있거든요. 학생 식당요. 애들한테 꼭 붙어서 밥을 먹고 그랬죠. 
 


후배들한테도 ‘야 어디 가냐, 같이 가’ 그런 식으로요. 커피 집들 가잖아요. 거기도 안 빠졌어요. 다들 ‘나는 뭐, 뭐’ 하면서 시키는데 저도 ‘나는 저 초코맛’ 이런 식으로 같이 주문하고 그랬어요. 한 번은 동기 친구들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너도 사던가 해야 하지 않느냐 핀잔도 들었죠.

그 때 솔직히 말했어요. ‘있는 돈 탈탈 털어 티머니 충전했어’라고요. 교통비는 있어야 학교를 올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제 제가 그 빚을 다 갚고 있습니다. 이번에 복학해서 친구들을 모두 모아놓고 ‘밥 먹으러 가자’ 큰 소리 치고 제대로 밥도 한 번 사고요, 어느 날은 수업 끝나고 후배들에게 ‘너네들 빕스갈래?’해서 쏘고요. 학교에 먹을 걸 왕창 사들고 찾아갈 때도 있고, 공연 준비하는 친구들한테 지원도 해주고요. 요즘은 빚진 게 없어 다행이에요. 

자! 제 네이버 첫 스타칼럼은 일단 여기까지. 재미있으셨나요? 그냥 두서없이 마구 떠들어댄 제 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출처: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420&aid=000000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