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스물넷이라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소년과 남자 사이, 오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김수현. 그의 어릴 때 모습은 어땠을까.
“제 아들이지만 아기 때부터 웃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괜찮아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 들어가는 걸 보고 ‘아, 그 길로 가겠구나’하고 직감했죠. 일단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을 안 했어요. 항상 웃는 모습을 보이고, 성실하고….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서 좀 걱정을 했는데, 수현이를 보니까 직업적인 면에서는 그런 고집이나 소신이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아버지와 비슷하다. 김수현과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는 하나같이 그의 열정과 성실성을 높게 평가했다. 김충훈 씨 역시 세븐돌핀스 멤버로 활동하며 고비도 많았지만 한 번도 음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 덕분에 세븐돌핀스는 몇 차례 멤버가 바뀌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다. 김씨는 개인적으로는 2009년 ‘오빠가 왔다’라는 곡을 타이틀로 내세운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예전에 비해 요즘 음악 스타일이 많이 바뀌고, 가수들이 립싱크도 많이 하지만 저는 지금껏 무대에 서면서 한 번도 립싱크를 한 적이 없어요. 음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밴드 음악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지만 저는 음악이 좋기도 했고, 소리꾼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이 길이 제 천직이고 운명인 것 같았습니다.”
사실 25년 동안 한 밴드가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건, 멤버들의 대단한 열정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홍탁 씨는 그런 면에서 세븐돌핀스가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력 자체는 그 어떤 그룹에도 뒤떨어지지 않았어요. 김충훈 씨 보이스 컬러도 아주 좋았고요. 프로듀싱이 뒷받침되지 못해 실력에 맞는 인기를 누리지 못한 게 아쉽죠. 그래도 하우스 밴드 중에서는 최고였어요. 송골매가 TV나 라디오에 많이 소개되는 메이저리그 팀이었다면 세븐돌핀스는 마이너리그에선 최강자였죠.”
김수현도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닮아서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평생 노래하실 거라고 하시기에 나도 평생 연기하겠다고 말했다”며, 아버지의 외길 인생에 대한 존경을 드러낸 바 있다.
아들 얼굴 잘생겼지만 운동 많이 해 몸매도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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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름한 얼굴형과 또렷한 이목구비 등 김수현은 아버지 김충훈 씨를 쏙 빼닮았다.
아들과 아버지를 하나로 이어주는 코드는 운동. 부자는 모두 운동 마니아다. 김씨는 방송인 강석이 단장으로 있는 연예인 축구단 회오리의 부단장으로 요즘도 3주에 한 번씩 경기에 나선다. 김수현 역시 축구를 좋아한다고.
“저희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집안 같아요(웃음). 어려서부터 공부하란 얘기는 안 했고, 저와 수현이 모두 운동을 좋아하죠. 연예인 축구단 활동은 오래해서 그 나름의 아기자기한 정이 있고, 골프나 바다낚시도 좋아하고요. 수현이는 어려서부터 스포츠클라이밍을 해서 몸에 잔 근육이 많아요. 얼굴도 잘생겼지만 벗겨놓으면 몸매도 예쁘죠(웃음).”
아들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김수현 같은 아들이라면 아무리 자랑해도 모자랄 것 같다. 김충훈 씨는 클럽 활동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부산에 머물고 있다. 김수현은 종종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 내려온다. 연기자로 이름을 얻은 뒤에도 아버지가 연주하는 클럽에 들른 적이 있지만 요즘은 바쁜 일정 때문에 서로 잘 챙기지 못하는 상황.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 생각이, 아들은 아버지 생각이 애틋하다. 김수현은 지난해 ‘드림하이’로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 인기상,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한 후 “어머니, 큰이모, 작은이모, 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저도 그때 봤습니다. 가슴이 먹먹한 게 아무 생각도 안 들더군요. 부모가 걱정 안 하게끔 스스로 알아서 잘 커줬으니, 우리가 더 고마운데….”
아들이 요즘 너무 잘나가는 바람에 아버지도 덩달아 스타가 됐다. 어떻게 알았는지 “김수현 아버지 아니냐”며 사인을 요청해오는 사람도 있고, 인터뷰 요청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김씨는 “얼마 전부터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들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럽게 됐다”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어떻게 보면 아들이 제 꿈을 대신 이뤄준 건데, 자랑스러운 마음이야 어떻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수현이가 부모가 해준 것보다 더 많은 걸 돌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은, 아이가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예술인으로서 발을 내디뎠으니까 그 길에 들어선 이상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싶고요. 공인이다 보면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을 텐데, 그런 것도 잘 이겨내면 좋겠고…. 수현이에게는 ‘힘들었을 때를 생각해서 초심 잃지 말고, 대중에게 사랑 받은 만큼 돌려줄 줄도 알고, 겸손한 사람이 돼라’고 당부했습니다.”
김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와 헤어지면서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아들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아버지에게는 물가에 세워놓은 아이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자식은 그런 부모의 걱정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