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도독들

영화 '도둑들', 흥행1위 기록 의미없는 이유

이뽄 2012. 10. 4. 10:51

 

영화시장 불공정 심각…돈의 힘에만 좌우되면 브랜드 안 생겨]

#. 영화 < 도둑들 > 이 한국영화 흥행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배급사 쇼박스가 밝힌 지난 7월 25일 개봉한 이후 지난 2일까지 누적관객은 1302만393명으로 2006년 < 괴물 > 이 세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 1301만9740명을 6년만에 깼다.





↑영화 홈페이지

이전까지 관객 1000만을 넘었던 영화들처럼 사회적 의미나 시대상을 담은 작품이 아니라 그야말로 '팝콘 무비', 즉 오락영화로서 흥행 1위에 올랐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쇼박스의 자평이다.

그러나 99% 이상 극장이 가입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상의 지난 2일까지 누적 관객 집계치는 1297만3390명이어서 배급사인 쇼박스 집계와는 5만여명 정도 차이가 나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 도둑들 > 은 한국 영화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각하게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계가 영화 자체가 가진 스토리와 창의력의 힘보다는 대형투자·배급사의 자본과 그에 따른 영향력에 더 많이 좌우되는 현실 말이다.

#. 사실 < 도둑들 > 은 개봉 당시부터 1000개가 훨씬 넘는 스크린을 차지해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은 보장받은 영화였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며, 시장논리 차원에서 영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객석점유율이 10%대로 확 떨어진 이후에도 하루 200~300개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만으로 1000만명 관객을 넘긴 < 왕의 남자 > 도 최대 300여개 스크린에서 밖에 걸리지 못했다.

1위 기록에 근접하면서는 상황이 더 구차해진다. 일별 흥행 '톱10'에도 들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하루 관객이 1000명대 수준에 불과한 날이 허다했는데도 100여개 가까이 스크린을 점유했다. 3일 현재도 70개 이상 차지하고 있다.

#. 오리온 계열인 쇼박스는 대형 투자배급사이지만 경쟁업체인 CJ나 롯데와 달리 '나홀로'인 처지다. 기존 계열사였던 극장체인과 케이블TV가 모두 팔려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흥행1위 기록은 투자와 배급활동에서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런 욕심으로 인해 베니스영화제 대상으로 세계적인 작품성을 받아 객석점유율이 훨씬 높았던 김기덕 감독의 < 피에타 > 조차도 흥행 탄력이 다한 도둑들이 점유한 스크린 숫자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더 작은 영화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상영기회 조차 잡지 못해 피눈물을 흘린다. "영화 < 도둑들 > 이 (한국 영화계의) 진짜 도둑들"이라는 김 감독의 일갈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다.





#. 최근 CJ엔터테인먼트의 < 광해 > 도 1000여개 스크린을 점유하며 관객 600만을 돌파했다. 롯데의 < 간첩 > 역시 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며 나름대로 순항 중이다. 재밌긴 하지만 기존 할리우드 장르의 전형적 답습이라는 영화적 비판은 일단 논외로 하자.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산업 공정성 인식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크린수·규모에 대해 멀티플렉스 극장이 자사계열 배급사의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에 대해 어느 정도 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영화산업 각 분야 종사자 492명 중 86.6%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영화인들은 뿐만 아니라 개봉시기와 상영시간·종영시기에 대해서도 대기업 계열 배급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간의 차별이 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한국 영화의 창의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시장은 공정할수록 더 성장한다. 영화 시장도 마찬가지다. 창의력이 아니라 이렇게 돈의 힘으로만 시장이 좌우된다면 한국 영화는 결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없다. "한국영화엔 한국영화만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는 결코 한국영화만의 독창적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의 말이다

 

 

 

 

 

출처: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view?newsid=20121003141304568&RIGHT_MANY_TO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