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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도독들 개봉전 인터뷰 무비위크 536호

이뽄 2012. 9. 4. 18:56

 



 


도둑들 김수현

 

<도둑들>에서 잠파노가 마카오 경찰 앞에서 기꺼이 “복희야 사랑해!”라고 외칠 때 우리는 다시한번 김수현의 투명한 매력과 마주한다. 그의 연기에는 어떤 속셈이라는 게 없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배우로 살아가는 스물다섯 살 청년 김수현의 머릿속이. 지금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건 연기가 아니라, 그 밖에 ‘배우’라는 수식어에 따라다니는 다른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금은 대중에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도둑들>에서 함께 연기한 김윤석 씨가 “김수현이 거짓말한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시던데.

거짓말이 필요할 때는 해야죠. 하하하하 하하. 그런데 선배님들 앞에서 거짓말 할 필요 없잖아요. 나 자신을 그럴듯하게 꾸미려고 선배님한테 ‘저 이런 사람입니다’하고 거짓말 해서 뭐해요. 거짓으로 대한 선배와 어떻게 같이 술 마시고 밤을 새요. 그러면 친해지기 힘들잖아요.

 

술 잘 마셔요?

주량이 얼마 안돼서 선배님들 따라갈 정도는 못 돼요. 그래서 열심히 단련하는 중입니다. 하하하하 하하.

 

연기는요? 어떤 점을 단련하고 싶어요?

집중력은 좋지만 뭐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아주 짧아요. 그리고 이건 제 필살기인데요. ‘아, 수많은 사람들이 내 연기를 지켜볼 텐데 이 역할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하지?’ 막막할 때는 이런 생각을 해요. ‘어쩌면 나에게 천부적인 연기적 재능이 있는지도?’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고 할까.

 

‘재능이 있다!’와 ‘재능이 있는지도‘의 차이가 뭔데요?

‘재능이 있다!’고 확신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 생각대로 연기해버렸다가 틀리면 낭패잖아요. 그 대신 ‘재능이 있는지도?’라고 생각하면서 확률을 높이는 느낌으로 연기하는 거에요.

 

오, 꽤 괜찮은 방법 같은데요? 언제부터 그런 필살기를 썼어요?

지금 인터뷰 하면서 처음으로 머릿속에 정리했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대단한 말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하하하. 사실 그런 느낌으로 연기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SBS,2009)에서 고수 형님 아역 할 때 처음으로 그 방법을 썼던 것 같아요.

 

그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음. 꼭 그런거 같지는 않아요. 사실은 점점 써먹을 일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요? 왜요?

(손뼉을 치며)아, 경솔하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 뒤로 드라마<자이언트>(SBS,2010) <드림하이시즌1>(KBS,2011) <해를품은 달>(MBC) <도둑들> 네 작품밖에 안했구나. 으하하하하하하하. 아직 멀었네요. 앞으로 많이 써먹겠습니다.

 

집중력이 짧은 건요? 어떻게 고칠 생각이에요?

음, 그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엄청 산만하거든요. 사실 지금 인터뷰 하면서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좀 힘들어요. 하지만 전 제가 산만한 게 좋아요.

 

왜요?

산만할수록 긴장을 쉽게 풀 수 있거든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실기 시험 보러 갔을 때도 그랬어요. 교수님들 앞에서 시험 본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턱턱 막히는 거예요. 손가락에 피도 안 통하는 것 같고, 긴장하면 평소에 잘하던 것도 못하고, 평소에 못하던 건 더 못하잖아요. 대기실에서 ‘아, 떨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대기하던 다른 친구들이 다 나처럼 떨고 있는 게 보였어요. 어떤 친구는 벽 보고 대사 연습하고, 어떤 친구는 춤추고, 어떤 친구는 노래하고 있더라고요. ‘어, 쟤도 엄청 떨고 있잖아! 나만 긴장한 게 아니네?’란 생각이 드는 순간 신기하게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그때 ‘전체를 보라’라는 좌우명이 생겼어요. 하하하하.

 

촬영장에서는 어떻게 전체를 보나요?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주위를 관찰하는 거예요.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금 이 공간을 관찰한다면, ‘천장이 기울어져 있네. 위에 계단이 있나? 아니면 위가 오르막길인가? 그럼 그 길로 차가 다니나? 벽이 흰색이네, 문은 검은색이고, 벽과 문을 구분하려고 다른 색으로 칠한 건가? 지금 이 탁자에 다섯 명이 앉아 있구나, 밖에서 매니저가 우리 얘기를 듣고 있고’ 뭐 이런 생각.

 

스물다섯 살의 배우로 사는 건 어때요?

아직은 쉽지 않네요. 서른 살 넘으면 재미있을까?

 

연기하는 게 재미없어요?

아니요, 재미있어요. 그런데 배우가 연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로 조심해야 할 것도 많고, 그런 것들에 자꾸 붙잡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배우 김수현’이라는 말이 아직은 편하지 않아요.

 

그래도 (김)수현 씨는 또래 배우들에 비해 대중적인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 광고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있잖아요. ‘배우 김수현’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 그건 진짜 내 모습 중에서도 한정된 이미지인데, 그걸 보고 많은 분들이 저를 좋아해 주시니까 그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꼭 그럴 필요 있을까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

아니요. 한동안은 대중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좀 무섭기도 해요. 보이는 게 보이는 걸로 끝나지 않잖아요. 제가 보여드리는 이미지를 통해 다른 모습을 상상하거나 기대하실 수도 있잖아요. ‘대중이 ‘이것도 보여줘! 저것도 보여줘!’ 할 때 더 보여줄 게 없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 하면 무서워요.

 

그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힘들다고 티내는 건 잘못인 것 같아요. 티 안 내고 참다 보면 나중에 정신병 생기려나? 으하하하하 하하. 어떻게든 되겠죠, 뭐. 괜찮습니다. 하하하하. 농담이고요. 아까 연기할 때 최면을 건다고 했잖아요? 스트레스 푸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는 게 아니라 ‘원래 이런 거야’라고 최면을 걸면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웃음)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것 같은에요. 나중에 몸에서 사리 나오겠어요.(웃음)

허허 하하하하하.

 

<도둑들>의 잠파노는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길 바라나요?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어! 어! 어! 오~!’ 했으면 좋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건 전적으로 여자 관객의 반응일 것 같은데요.

남자들이 제 얘기 하겠어요? 하하하하 하하.

 

서른 살 넘어서 돌아봤을 때 지금이 어떤 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후회할 수도 있고 ‘아, 그때만큼 잘 안되네’ 할 수도 있겠죠. 하하하하.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을 잘해야 할까요?

음, 글쎄요. 아, 이거요. 정신 놓지 않는 거! 지금 정신 놓으면 큰일 날 것 같아요. 흠흠흠흠 흠흠.

 

자꾸 그렇게 말하니까 정신 놓은 모습을 보고싶어지는데요.(웃음)

서른 살 넘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웃음)

 

도둑들 김수현

김윤석이 말했다. “김수현이 거짓말한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크리스마스에 눈이올까요?>에서, <자이언트>에서, <드림하이>에서, <해를품은달>에서 김수현이 거짓말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 아니, 단 한번도 없다. 그건 김수현이 결코 계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원더보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우린 아직 반의 반도 모른다.


<도둑들>촬영이 2011년 12월 7일에 끝났으니까 벌써 일곱 달이 지났네요. 촬영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떤기분이 들어요?
저한테는 너무 고마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임달화 김해숙 오달수 이심결 증국상 선배와 함께할 수 있었잖아요. 얻은 게 정말 많아요.

김수현이라면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 있어도 결코 기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정말요? 왜? 왜? 왜? 왜?(웃음)

어딜 가도 당당할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아닌가요?
긴장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도둑들> 현장에서는 음, 잔뜩 긴장했습니다! 하하하하하. 첫 촬영할 때는 난리도 아니었어요.

김혜수 씨는 촬영 전, 리허설 할 때 너무 떨렸는데 김수현 씨가 선배들 앞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하던데요.
그때도 죽을 것처럼 떨렸는데, 많이 떨었어요.

그렇게 떨린다면서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연기해요?
떨릴수록 계산하면 부끄러워지는 거 같아요. 하하하하 하하.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계산하지 않아야 마음이 좀 편해져요. <도둑들> 첫 촬영 날 분위기가 딱 지금 같았어요. 몇 사람이 둘러앉아서 얘기하는 구도. 빙 둘러앉아 있으니까 서로 도움받기도 쉽잖아요. 모두가 집중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조금만 신경 써도 바로 집중이 되는 거예요. 제가 뭐 대단한 걸 할 필요 없이, 선배님들이 주시는 에너지를 받기만 하면 됐어요. 제가 한 건 그게 다예요. 그렇게 주고받으면서 연기하다 보면 촬영 끝나고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금방 친해지는 거 같아요.

잠파노(김수현)는 같은 도둑들 중에서도 예니콜(전지현)에게 순정을 바치잖아요. 전지현 씨와 같이 연기한 소감이 어땠어요?
어땠을까요?(웃음) (전)지현 누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정말 ‘여.배.우“ 같은 사람일 줄 알았는데 어우,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람 냄새 나는 분이라 좋았어요. 생각 보다 소탈하시고, 몸매관리 철저히 하실 줄 알았는데 많이 드시고! 하하하하 하하. 그리고 재미있는 분이세요. <도둑들> 티저 포스터에 나오는, 주인공 열 명이 마카오 뒷골목을 걸어가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더웠거든요. 전부 땀에 젖어 있었어요. 김윤석 선배님이 입으신 자주색 와이셔츠가 땀에 젖은 게 티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하 하하하. 저도 진이 빠져 있었는데 지현 누가 혼자 에너지가 넘치는 거예요. 그런데 워낙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분이라 밤에 촬영이 길어지면 그 에너지가 약간 방전되시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 하하하. 그 모습도 재미있었어요. 전 그렇지 않거든요. 아차, 방금 제가 불규칙적으로 산다고 얘기한 거죠? 네, 저는 불규칙적인 놈입니다! 하하 하하하.

하하. 최동훈 감동님은 언제나 그 역할에 딱 맞는 배우들만 캐스팅하잖아요. 김수현 씨의 어떤 면을 보고 잠파노 역을 맡기셨대요?
잠파노 역은 사실 제가 도전한 거예요. 얼마 안나오는 역할인데 제가 하고 싶다고 하니까 최동훈 감독님께서 좀 미안하셨나봐요. 그래서 감독님 뵈는 자리에서 제가 약간 밀어붙였어요. 하하하하.

그때 최동훈 감독님한테 무슨 얘기를 했나요?
제가 준비해 간 걸 보여드렸어요. 전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그 역할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노트에 전부 다 쓰거든요. 아이디어 노트처럼. 예를 들어서 <해를 품은 달>의 훤을 생각했을 때는 ‘왕’이라고 쓰고 왕의 특징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썼어요. 그러다 보니까 ‘외로운 사람’이라는 단어가 나왔어요. 그러면 ‘외로운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나열해 보는거죠. 그런 석으로 한 가지 키워드에서 시작해서 쓸 만한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따라 계속 생각을 이어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끝이 없어요.

잠파노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어떤 단어가 나왔어요?
‘경험이 부족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끝났어요.

왜 그렇게 잠파노라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큰 역할은 아니지만 커 보이게 만들고 싶었어요. 잠깐 나오지만 영화가 끝나면 자꾸 기억나는 역할, 그런 배우가 있잖아요. 그렇게 연기하는 게 제 목표였는데 아직 영화를 못봐서 제 생각대로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도둑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했고.

도둑 역할을요?
도둑, 사기꾼, 바람둥이를 연기해 보고 싶었어요.

왜요?
다 나쁜 캐릭터들이잖아요. 나쁜 놈인데도 관객의 마음을 잡으려면 매력적이어야 하거든요. 반대로 말하면 그래서 매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도 많이 해야겠죠. 만약 성공하면(박수를 치면서) 대단한 거잖아요!

잠파노를 통해서 어떤 매력을 보여주려고 했나요?
순수함이랄까요. 도둑은 현실적인 사람이잖아요. 계획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하지만 잠파노는 그런 욕심보다 예니콜을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예요. <도둑들>의 도둑들 열 명중에 가장 낭만적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전 잠파노가 참 좋아요.

그렇게 낭만적인 사람이 왜 도둑이 된 걸까요?
예니콜과 뽀빠이(이정재)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뽀빠이를 무척동경하고, 예니콜을 정말 사랑해서. 잠파노가 나이 들면 뽀빠이처럼 될 것 같아요.

힘든 역할에 도전하는 게 좋은가요?
네. 그래야 신나잖아요. 내가 재미있어야 보는 관객들도 재미있죠. ‘이, 이건 좀 편해’하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관객들도 그냥 편하게 보겠죠.

가만히 듣고 보니 스스로 긴장시키는 걸 좋아하는 것 같네요.
그래야 앞으로 좀 제대로 살 것 같습니다. 하하하. 저는 아직 통통 튀는 20대! 하하하하하하 흐흐흐. 10대 때는 제가 통통 튀지 못해서.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