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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인터뷰중 김수현은 그야말로 너무 괜찮은 놈이었다~~

이뽄 2012. 8. 3. 15:02

 

 

[인터뷰] 김윤석 "김혜수와 사랑 담아서… 이런 키스신 처음"

 

 

연극배우로 오랜 시간을 보낸 김윤석(44)이 영화 '추격자'로 홈런을 치며 각종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을 때만 해도 당시 한국 영화의 3대 트로이카로 꼽히던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을 일컫던 '설송최'와의 비교는 마치 실과 바늘처럼 그를 따라 다니는 단골 질문이었다.

'추격자' 이후 불과 4년 동안 김윤석은 장르도 상이하고 사이즈도 다른 '전우치', '거북이 달린다', '황해', '완득이'를 내놓으며 흥행에서도 스타성에서도 다른 어떤 배우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며 한국 남자 배우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있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짜', '전우치' 등 모든 연출작에 김윤석을 출연시킨 최동훈 감독은 제작비 140억의 대작 '도둑들'의 구상을 위해 홍콩과 마카오를 여행하며 유일하게 김윤석을 떠올렸다고 했다. 김윤석이 여기 저기 숨은 도둑들을 불러 모으면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영화가 출발했다는 설명.

시나리오가 출고된 후 배우의 캐스팅이 이뤄지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김윤석은 최 감독이 '도둑들'을 구상할 당시부터 '도둑들'의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과 촬영 전반까지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최 감독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 주연 배우 플러스 알파의 역할을 '도둑들' 전반에서 훌륭히 해냈다.

'태양의 눈물'이라는 엄청난 보석을 훔치기 위해 모이는 10명의 도둑들을 진두지휘하는 마카오 박 역을 맡은 그는 영화의 중반부까지 물 밑에서 사건을 이끌며 관객을 인도하다가 후반부에서는 '미션 임파서블4'의 톰 크루즈의 고공 낙하 액션에 못지않은 폭발적인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며 '연기파 배우'를 넘어 '액션 배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도둑들'의 홍보 인터뷰에 나선 김윤석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임순례 감독의 신작 '남쪽으로 튀어'의 준비를 위해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수염까지 기르고 나타난 그에게 최동훈 감독이 이번에 제대로 보은을 했다고 인사를 건네자 "그래서 힘들게 중국어 시키고 와이어 몇 달 동안 시키고 했나. 정말 고맙네"라며 너털웃음을 웃는다.

- 영화 중반부까지 마카오 박의 시원한 활약이 없어서 염려 되더라. 후반부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와이어액션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 마카오 박은 계속 모노톤을 유지하면서 영화를 해석하고 해설하는 인물이다. 그러다가 중반 이후부터 살아나는데 포지션이 매우 중요했다. 내가 초반부터 놀아버리면 영화가 산만해질 것 같았다. 통통 튀는 캐릭터가 좀 많았나. 나랑 김혜수가 감정적으로 꾹꾹 눌러 주는 거다. 아, 김해숙 선배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 뭐가 그리 좋았나.

▲ 너무 소녀 같은 분이다. 순수하고 또 마지막 장면은 얼마나 슬픈가. 보다 말고 눈물이 핑 돌더라. 여기 출연하는 캐릭터 모두 완벽하지 않은 우리네 인생사 그대로다.

- 마카오 박을 보면서 홍콩 영화 중흥기의 주윤발이 자꾸 떠올랐다. 큰 감정 연기는 없는데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 느낌 말이다.

▲ 맞는 말이다. '완득이' 때 그저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베이스로 계속 주시하다가 임팩트가 터지는 부분에서 함께 터져 주는 거다. 수면 위에 빙산이 있는데 내가 그 수면 밑의 빙산을 계속 끌고 갔다. 다이아를 훔치는 일이 수면 위 빙산이라면 그 밑둥에는 20년 전 복수가 있고 그걸 내가 내내 끌고 다녀야 했다. 근데 최 감독은 꼭 나를 후반에 책임지게 한다. 아귀 때도 그랬다. 한 달 내내 와이어 태우고 얼굴 살이 요만큼만 나오는 장면도 다 내가 해야 한다. 와이어 액션의 90%는 내가 했다. 온 몸에 다 멍이 들었는데 집사람에게 보여주면 걱정할까봐 보여주지도 못했다.

- 와이어 액션신은 'MI4'의 톰 크루즈에 버금가던데.

▲ 거기는 장비라도 최첨단 아닌가. 나는 오로지 등산용 로프 하나였다. 그것도 수트 차림이 아니고 연탄장수 차림으로 진흙 구덩이에 뒹군다. 근데 그런 정서가 참 좋지 않나. 그게 한국 정서다. 만약 내 와이어액션이 우아하기만 했다면 할리우드 영화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마지막 시퀀스는 최동훈의 비장의 무기였다. 수류탄이 터지고 악당 웨이홍의 부하들은 또 얼마나 무섭게 덤벼드나. 웨이홍 역의 기국서씨는 배우 기주봉씨의 형이자 유명한 연극 연출자다.

- 이정재는 입만 열면 윤석 선배가 방으로 사람들 모아서 요리를 해줬다며 칭찬을 하던데.

▲ 최 감독과 내가 4편을 했으니 내가 정서적으로 중심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타지에서 한 달 이상 살아야 하는데 다들 얼마나 외롭겠나. 이래저래 내가 엄마 노릇 비슷한 걸 했다. 애들이 알고 봤더니 다들 외롭더라. 금방 죽이 맞았다. 남여 가리지 않고 스타 의식 같은 것 전혀 없이 동료 의식만 있었다.

- 그 중 막내인 전지현, 김수현과 함께 한 소감은.

▲ 김수현은 그야말로 너무 괜찮은 놈이었다. 늘 웃고 깍듯하고 자기 촬영할 때 집중력 있게 연기했다. 최고의 장점이 집중력이더라. 전지현은 제대로 포텐이 터졌다. 정말 열심히 했고 굉장히 강하고 영리하고 그런 친구다. 우리가 '전우치' 때 말수도 적고 혼자 노는 강동원을 무장해제 시키고 먼저 '2차 갑시다' 하는 친구로 만들었듯 이번에 함께 한 젊은 배우들도 전부 무장해제 시켰다. 그래서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게 최동훈의 힘이다. 촬영 전 서울에서 두번 째 만난 날 술을 마시고 다 같이 노래방에 간 날 그 때 전부 무장해제 됐다.(웃음)

- 최동훈 감독의 장점이 뭔가.

▲ 기본적으로 배우를 너무 사랑하고 아낀다. 말 또한 청산유수다. 왜? 숨기는 게 없으니까,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니까 그런 거다. 또한 그의 최대 강점은 영화를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점이다.

- '도둑들'을 구상할 때부터 유일하게 당신을 떠올렸다던데. 전작에서 분량 상 아쉬웠던 부분을 이번에 전부 갚았다.

▲ 나는 적게 나오는 게 좋다. 분량이 적다고 개런티가 적은 게 아니니까.(웃음) 포지션만 확실하다면 분량이 적다고 불만을 가지는 것은 참 어리석다. 원톱 주연, 단독 주연 이런 타이틀이 달린 사람은 괴롭다. 평가도 박하다. 나야 원톱도 하고 투톱도 하고 이번처럼 여러 명 나오는 것도 하잖나. 이게 다 오래 살아남는 비결이다.(웃음)

- 신작 '남쪽으로 튀어'는 '완득이', '거북이 달린다' 같은 느낌이 강하다.

▲ 오카다 히데오의 원작이 너무 훌륭하잖나. 재미도 크다. 한 가지 부담은 소설을 영상화 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서울 분량은 거의 끝났고 대모도라는 곳에 가서 한두 달 지내야 한다. 민박도 안하고 에어컨도 없는 섬이다. 있는 건 유일하게 모기 뿐이라고 들었다.

- 이정재와의 호흡은 어땠나.

▲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친구다. 이정재가 40대가 되면 죽여주는 남자 배우가 될 거라 확신한다. 꽃미남 20대 스타에서 지금 나이에 그렇게 자리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곧 포텐셜이 터질 거다.

- 김혜수와 러브라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사랑이 담긴 키스신은 이번에 처음 찍어 봤다. 마카오 박이 가져가는 감정선이 펩시라는 여자에 대한 애정이다. 우리 영화에서 매우 중요했다. 그 장면들을 찍을 때 매우 집중해서 찍었다. 표현하면 안 되지만 드러나야 하는 감정들이다. 특히 상대 배우가 대한민국에서 내가 제일 친한 여배우인 김혜수여서 너무 좋았고 편했다. 정마담과 정반대로 펩시에게서는 슬픈 여자의 모습이 나오지 않나. 감정의 깊이를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펩시가 물에 빠진 장면에서 노인이 구해 주고 풀장에서 일어나는 신이 있다. 그 때 너무 아름답지 않나. 10대에 데뷔해 아직까지도 신비감을 지닌 유일무이한 여배우다. 한 시도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지 않고 여배우로서 살아가는 친구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 키스신 NG는 몇 번 있었나.

▲ 전부 다 카메라나 현장 상황 때문에 난 NG다. 총 10테이크 정도 갔었나.

- 마카오 박의 섹시미를 조금이라도 더 보여줬다면 여자 관객 수가 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 그런 부분은 최동훈 감독에게 성토해라.

- '도둑들'이 당신 영화에서 지니는 의미는.

▲ 이 영화는 최동훈 감독 영화 인생의 1/4 분기의 종합편이다. 이 작품에서 중심축을 맡았기에 의미가 깊다. 그동안 카리스마 넘치는 비릿한 수컷 캐릭터부터 찌질한 옆집 아저씨 혹은 구수한 옆집 아저씨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30대 후배들이 반성할 만큼 건재한 와이어 액션도 보였고 한 여자와의 사랑을 위해 물 속에 몸을 던지는 액션도 펼쳤다. 캐릭터의 확장이 가장 큰 의미다.

- 흥행 예상 수치는.

▲ '타짜'는 넘기고 싶다.

 

 

 

출처: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208/h2012080308031511178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