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바보역 부담? 오히려 즐겼죠"

이뽄 2013. 5. 28. 17:05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개봉 앞두고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요? 그냥 즐겼어요. 배우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작품 안에서는 자기가 가진 것보다 몇 배로 더 용감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기를 더 내려놓을 수 있고 마음을 열 수도 있고. 마음이 참 가벼웠어요."

시골 촌놈 삼동이가 때를 벗고 톱스타로 떠오르더니(드라마 '드림하이') 어느새 여심을 흔드는 왕이 됐다가(드라마 '해를 품은 달') 순진한 막내 도둑으로 전락(?)해(영화 '도둑들') 이제는 아예 달동네 바보가 됐다.

연기와 인기 모두 한창 물이 오른 배우 김수현을 그의 첫 주연작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마지막 장면처럼 비가 내리는 28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수현은 영화에서 북한 최정예 스파이 '원류환' 역을 맡았다. 남파 특수공작 5446부대의 전설로 불리는 엘리트 요원이지만 정작 그의 남파 임무는 달동네 바보 '동구'.

이렇다 보니 김수현은 영화 초반부터 녹색 트레이닝복에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수시로 넘어진다. 계단도 제대로 내려오는 법 없이 늘 구르기 일쑤다.

바보의 필수 아이템인 콧물 자국을 일부러 만들기도 하고 지령에 따라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는 노상에서 대변도 봐야 한다.


"사실 누구나 다 마음속에 바보가 있지 않나요? 동구처럼 살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바보 연기를 할 때도 메이크업을 하긴 했지만요."

김수현은 "극중 마을 사람들이 누구나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동네 바보, 그래서 보는 관객들도 옆에 있어 마음 놓을 수 있는 그런 바보를 연기하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미 수많은 팬을 확보한 인기 웹툰을 영화화하는 만큼 아무래도 부담이 컸을 수밖에 없다.

"사실 시나리오 받기 전에 웹툰을 봤어요.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죠. 워낙 인기도 있고 클릭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그렇게 대단해?' 하고 봤죠. 죽 '스크롤'하면서 보는데 가볍고 편하게 '하하하하' 하면서 지나가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느샌가 울컥하기도 하고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제가 울고 있더라고요."

원작의 매력에 빠진 김수현은 "고민 없이 편하게 웃다가 어느샌가 눈물이 나는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 이 작품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렇게 사랑받는 웹툰의 그 캐릭터를 제가 연기한다는 것이 부담됐고 겁도 났죠.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어요. 하지만 반대로 어차피 저는 캐릭터에 도전하는 입장이니까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전자니까 실패해도 괜찮잖아요."

'도전자'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김수현은 이 영화에서 순박한 달동네 바보 동구와 카리스마 넘치는 최정예 스파이 원류환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매력을 발산했다.

실제로 웹툰 팬들이 뽑은 '가상 캐스팅'에서 원류환 역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배우도 김수현이다. 원작자인 훈(Hun) 작가는 그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동구를 잘 좀 부탁한다"고 했다고 한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손현주, 장광, 고창석, 박혜숙, 김성균 등 명품 배우도 많이 등장한다.

"작품을 통해 손현주 선배님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비주얼'도 그렇고 오디오도 그렇고 가장 원작 캐릭터와 맞는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장광 선생님을 좋아하거든요. 현장에서 마주치고 인사하면 '아빠 미소'를 지어주시는데 뭔가 든든하고 같은 울타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기웅이 형과 현우도 좋았어요. 이런 걸 갖고 싶어서 이 작품에 달려들었죠."

손현주와는 영화 후반 비를 맞으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촬영이 겨울에 이뤄진 만큼 추운 날씨에 차가운 비를 맞느라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찬물에 몸이 젖어가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자꾸 아려서 마음 같지 않은 거에요. 액션 연기도 하고 감정 연기도 해야 하는데 족쇄 같은 느낌도 들었죠. 계속 아쉬웠는데 그렇게 찍어놓고 보니까 끝까지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추운 날씨에 대역도 거의 쓰지 않고 고생한 덕분에 빗속 액션 장면은 영화 속 명장면으로 탄생했다.

북한 사투리는 로커 지망생 '리해랑' 역을 맡은 박기웅과 최연소 남파 요원 '리해진' 역을 맡은 이현우와 촬영장에서 장난치듯 놀면서 연습했다.

"손현주 선배님의 '죽디 말라'는 대사를 돌아가면서 따라했어요. 해랑의 마지막 대사를 '내는 말이야 다음 생에 며루치로 태어나서 다음 생에 니들 손에 똥을 묻혀주갔어'로 바꿔서 놀기도 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습이 됐어요."

극중 류환은 "평범한 나라에 평범한 집에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 평범하게 살다 죽는 것"을 꿈꾼다. 김수현은 어떨까.


"다른 취미를 찾았어요. 제가 원래 만화책을 좋아해요. 만화책을 보다 보면 드라마 시나리오를 봤을 때 떠오르는 캐릭터가 생겨요. 시나리오에는 대사나 지문만 있지만 이 캐릭터가 어떤 행동, 말, 표정을 할 수 있는지가 떠오르는 거죠."

실제로 조조가 주인공인 삼국지 만화 '창천항로'는 그를 톱스타 반열에 올린 드라마 '해품달'을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좋아하는 만화도 '몬스터'에서 '원피스', '피치 걸'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하단다.

김수현에게 연애 계획을 묻자 "연애는 2년 정도 후로 생각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남자는 28살 이후에 남자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자는 27살 정도에 가장 색깔이 또렷하게 난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웃음)"

다음에는 또 어떤 역할로 '반전 매력'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김수현은 "차기작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캐릭터의 매력을 중점적으로 보는 편이에요. 캐릭터의 매력을 모아서 작품이 매력적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캐릭터에 계속 도전하려고 합니다."